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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이것이 인간인가 - 프리모 레비의 아우슈비츠 생존 기록

by 별바람그대 2020. 6. 14.



원래 내 블로그에서 책 리뷰 위주로 발행하려고 했지만 저작권 문제가 애매해서 포기했다. 내가 찍은 책 사진은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주로 아마존 킨들로 책을 읽기 때문에 책 표지를 찍는 건 쉽지 않고, 구글에서 구매한 전자책 파일에 들어가있는 책 표지 사진을 그대로 올리기에는 저작권에 걸리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책 리뷰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 책은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항상 책 추천을 할 때마다 이 책을 추천하곤 한다. 최근에 다시 읽고 싶어 무려 한국에서 주문해서 캐나다에서 받았으며 번역 공부도 할 겸 또 영문판으로는 어떻게 쓰여있을지 궁금해서 영문판도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영문판의 첫 단락을 읽자마자 너무 어려워서 바로 덮어 버린 건 비밀이다.


프리모 레비는 이탈리아계 유대인으로서 24살의 어린 나이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송 되었다. 이 책은 수용소로의 이송부터 탈출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사실 기반으로 작성한 말 그대로 생존 기록이다. 개인적으로 나치 관련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한번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후면 그 휴유증이 너무 도 커서 자주 꺼내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 책도 그러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한 동안 다른 책을 읽지도 못할 만큼 휴유증이 컸으니 말이다. 


이 책의 특징은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함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그 잔인함을 직접 겪은 작가는 이 내용들을 아주 담담하게 어떠한 악의나 분노 혹은 슬픔을 담아내지 않고 풀어낸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작가가 표현하지 않은 악의, 분노, 그리고 슬픔을 대신 느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의 몇몇 구절을 짧게 한글과 영어로 적도록 하겠다.


이것은 지옥이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지옥이 틀림없이 이럴 것이다. 우리는 크고 텅 빈 방에 지친 채 서 있고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똑똑 떨어지는데 그 물을 마실 수 없다. 물론 우리는 훨씬 끔찍한 무엇인가를 예상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계속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더 이상 생각을 할 수도 없다. 우리는 죽은 사람들 같다. 누군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시간이 한 방울씩 흐른다


「This is hell. Today, in our times, hell must be like this. A huge, empty room: we are tired, standing on our feet, with a tap which drips while we cannot drink the water, and we wait for something which will cerainly be terriblel, and nothing happens and nothing continues to happen. What can one think about? One cannot think any more, it is like being already dead. Someone sits down on the ground. The time passes drop by drop


이 책의 첫 번째 부제목은 '여행'이다. 작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까지 이송되는 과정을 작가는 여행이라는 표현을 썼다. 위 글은 그 여행이 끝나고 도착한 후에 글이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 알아들을 수 없는 독일어를 뱉는 군인들에 둘러싸여 낯선 환경을 바라보며 작가는 '이것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옥의 시작을 알리는 페이지가 아닐까 한다.


「나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배가 고픈데 내일 아침 몇 시에 죽을 먹게 될까? 그걸 숟가락 없이 먹을 수 있을까? 숟가락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나를 어디로 보내 일을 시킬까? 당연한 일이지만 디에나라고 나보다 더 많이 아는 게 없고, 내가 묻는 말에 다른 물음으로 대답할 뿐이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에서, 가까이에서, 그리고 멀리서, 막사의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졸리고 화난 목소리로 외치는 "Ruhe, Ruhe!"(조용히 해, 조용히 해)뿐이다.


「I have too mnay things to ask. I am hungry and when will they distribute the soup tomorrow? And will I be able to eat it without a spoon? And where will I be able to find one? And where will they send me to work? Diena knows no more than I, and replies with other questions. But from above, and below, from near by and from far away, from all coners of the now dark hut, sleepy and angry voices shout at me: 'Ruhe, Ruhe!'


새로운 낯선 환경, 알아듣지 못하는 독일어. 작가는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보더라도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음은 다른 물음으로 돌아온다. 이런 불안한 상황도 작가는 차분하게 글로 풀어나간다. 책을 읽는 모든 시간 동안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치 시대의 관련된 여러가지 도서나 영화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프리모 레비에 '이것이 인간인가?'을 추천한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 초반에 적힌 짧은 시를 적으며 글을 마친다.

「따스한 집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는 당신,

집으로 돌아오면

따뜻한 음식과 다정한 얼굴을 만나는 당신,

생각해볼라 이것이 인간인지.

진흙탕 속에서 고되게 노동하며

평화를 알지 못하고

빵 반쪽을 위해 싸우고

예, 아니오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죽어가는 이가.

생각해보라 이것이 여자인지.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이름도 없이,

기억할 힘도 없이

두 눈은 텅 비고 한겨울 개구리처럼

자궁이 차디찬 이가.

이런 일이 있었음을 생각하라.

당신에게 이 말들을 전하니

가슴에 새겨두라.

집에 있을 때나, 길을 걸을 때나

잠자리에 들 때나, 깨어날 떄나.

당신의 아이들에게 거듭 들려주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 집이 무너져 내리고

온갖 병이 당신을 괴롭히며

당신의 아이들이 당신을 외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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